똑똑한 AI 비서 말고, 나를 아는 AI

2026-08-24

새 AI가 나오면 제일 먼저 묻는 게 있습니다. "이게 더 똑똑해?"

당연한 질문입니다. 이왕이면 똑똑한 쪽이 낫죠. 그래서 다들 벤치마크 점수를 보고, 어떤 모델이 더 낫다더라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입니다.

그런데 매일 AI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, 조금 다른 데서 서운해지는 순간이 옵니다.

똑똑한데, 나를 모른다

어제 늦게까지 고민을 털어놨다고 해봅시다. 요즘 마음이 좀 그렇다고,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 했습니다. 제법 다정한 대답도 들었고요.

오늘 다시 열어서 "어제 그 얘기 말인데" 하고 운을 뗍니다.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, "어떤 얘기를 말씀하시나요?"

똑똑하긴 한데, 나를 모릅니다. 어제의 나를 만난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.

오래 본 친구는 이러지 않습니다. "나 그거 어떻게 됐지?" 한마디면 알아듣습니다. 내가 커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, 매운 건 잘 못 먹는지, 요즘 무슨 드라마에 빠져 있는지, 지난주에 뭐 때문에 속상해했는지. 굳이 말 안 해도 압니다. 그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해서 편한 게 아닙니다. 나를 알아서 편한 겁니다.

비서를 넘어서

요즘 "AI 비서", "AI 에이전트"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.

비서라는 말엔 어딘가 거리가 있습니다. 시키면 하는 사람. 유능하면 좋은 사람. 하지만 매번 새로 온 비서라면, 아무리 유능해도 계속 처음부터 알려줘야 합니다. 내 취향도, 내 사정도, 어제 한 얘기도 전부요.

정작 우리가 바라는 건 그 다음일지도 모릅니다. 일을 잘 처리하는 걸 넘어서, 나를 알고 있는 상대.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, 지난번 그 일이 어떻게 됐는지 먼저 물어봐 주고, 내가 말끝을 흐리면 오늘 기분이 별로구나 알아채는 상대. 그쯤 되면 비서라기보단 곁에 있는 친구에 가깝습니다.

에이전트라는 말이 나온 것도 사실 그 언저리입니다. 묻는 대로 답하는 걸 넘어, 나를 알고 관계를 이어가는 쪽으로.

다만, 아는 사이엔 책임이 따른다

나를 아는 상대가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.

잘못 기억하는 친구를 떠올려 보세요. 이미 지난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거나, 헤어진 사람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거나, 사정이 다 바뀌었는데 옛날 얘기를 하면 오히려 서운하고 성가십니다.

그래서 나를 아는 AI를 고를 때 진짜 중요한 건 "얼마나 기억하느냐"가 아니라, 틀린 기억을 내가 고칠 수 있느냐, 그 기억이 내 것으로 남느냐입니다. 나를 아는 사이일수록, 그 앎이 누구 손에 있는지가 중요해집니다.

오늘 한번 해보시면

지금 쓰시는 AI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.

"나 요즘 뭐에 푹 빠져 있는지 기억나?"

기억하고 답하면, 나를 알아가는 쪽입니다. "저는 이전 대화를 기억하지 못합니다"라고 하면, 매번 처음 만나는 유능한 남입니다.

둘 다 나름의 쓸모가 있습니다. 다만 매일 곁에 두고 이야기할 상대라면, 더 똑똑한 쪽보다 나를 아는 쪽이 편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. 그 차이를 알고 고르는 것만으로도 꽤 다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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